출산동반자interview

산부인과 국제팀 / 정은태

“나도 이 가족의 출산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구나”

메디플라워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외국인 산모와 가정을 가장 먼저 만나는 자리에 있어요. 메디플라워는 외국인 산모의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외래진료, 모유수유클리닉, 보험청구, 산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임신과 출산의 많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들이 소통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양한 외국인 가족들을 만나게 될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한 이집트 가족이 기억에 남아요. 보통은 출산하고 나서 원장님이나 조산사 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요. 그런데 이 가족은 저에게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고요. ‘나도 이 가족의 출산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인식하게 해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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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의료인이 아니어서인지 내 역할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최선을 다해도 뒤에만 있는,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하는 일이 다 다르니까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비록 눈에 띄지 않아도, 우리가 가진 좋은 것들을 외국인들이 더 풍성하게 누리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원장님이 외래에서 하는 설명 중 중요한 부분을 다시 짚어주고, 영양이나 운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플랜으로 다시 정리해 주지요. 외국인 산모 중에는 출산에 대한 그림이 명확한 사람이 많아요. 자연주의 출산과 메디플라워에 대해 이미 충분히 알고 공부하고 오지요. 우리의 이런 역할이 출산을 잘 할 수 있다는 그들의 확신을 더 강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의료적인 것 말고도 출산하는 엄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날마다 배우고 있어요.

메디플라워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병원에는 다른 병원에서 상처받고 돌고 돌아서 온 외국인이 많아요. 언어가 잘 안 통한다는 이유로 응대를 제대로 안 해준 거죠. 그런데 비단 언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영어를 못해도 마음이 있으면 통하고, 영어를 잘해도 마음이 없으면 안 통하거든요. 저도 유학시절에 낯선 땅에서 낯선 일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두려운지 자주 경험했어요. 그래서 ‘내가 외국인으로 이곳에 왔다면 어떤 케어가 받고 싶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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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자연스러운 탄생이란?

제가 하고 싶은 출산이요. 상처받고 온 외국인이 특히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갈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가까운 미래에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큰 꿈을 꾸기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저에게 오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 하루하루 이루어놓은 노하우들 덕분에 제가 좀 더 수월하게 일을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저도 이곳을 더 나은 일터로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