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동반자interview

산부인과 & 출산센터 / 정환욱 원장

“모든 출산이 기적이고 감사이지요”

바쁘신 중에도 늘 즐거워 보이세요.

먼저 저 자신의 마음 건강을 위해 그렇게 하고요, 더불어 산모와 아기와 그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아기가 태어나는 건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출산을 앞두고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를 동시에 겪는 산모와 가족은 의료진의 말투나 표정, 태도 하나하나에 흔들립니다. 그때 받은 영향이 출산의 순간뿐 아니라 이후 육아 태도까지 이어질 수 있지요. 그래서 출산 동반자라면 누구든 마땅히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산모와 가족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출산은 아주 즐거운 일이 될 수 있거든요(웃음).

많은 분들이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 가지고 있습니다. 이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우선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엄마 아빠는 ‘출산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공부해보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출산에서 두려운 포인트가 있어요. ‘이런 출산을 하고 싶은데 나에게 맞을까요? 무얼 준비하면 될까요?’ 자꾸 묻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해요. 산전 기간 내내 상담을 통해 그 포인트를 해결하면서, 두렵고 싫은 부분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 잘 맞는 것을 찾아가야겠지요. 어쩌면 출산을 준비하는 건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아요. 싫은 것, 두려운 것만 생각하기보다는 기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의료진에게는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많이 접하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저는 엄마들의 출산을 지키면서, 엄마들의 요구 사항을 들으면서, 오롯이 엄마들에게 자연주의 출산을 배웠어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걸렸지요. 하지만 이제 배울 곳이 생겼잖아요. 사실 우리나라에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무척 많습니다. 내가 배운 것과 다르다고 마음을 닫기보다는 와서 많이 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메디플라워에는 지방에서 오시는 가족들이 정말 많아요. 너무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워요. 집 근처에 이런 산부인과가 많아져야지요.

사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출산이 있나요?

비교적 수월했던 출산은 수월한 대로 힘들었던 출산은 힘든 대로 기억에 남아요. 여기서 첫째, 둘째, 셋째까지 낳으신 분들도 기억에 남고요. 메디플라워는 그분들과 함께 만든 거예요. 모든 출산이 기적이고 감사이지요.

출산동반자 모두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고되고 힘든 일인데 직원들을 어떻게 독려하시는지 궁금해요.

힘들어도 그 이후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출산할 때 엄마만 성취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직원들도 엄청난 성취감을 느껴요. 그래서 출산 동반자는 ‘같이 누리는’ 사람들이에요. 말 그대로 엄마랑 같이 아기를 낳는 거죠. 힘들어도 이 순간을 잘 누리면 좋겠어요.

오랜 시간 출산 현장에 계시면서 ‘생명’을 대하는 생각이나 태도도 많이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생명을 감히 ‘깨달았다’기보다는, 생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화처럼, 우리는 생명의 일부만 보고 생명에 대해 이야기해요. 출산 현장에 있으면서 코끼리의 여러 부분을 만져보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한 생명, 한 생명을 만나면서 겸허해졌어요. 모든 출산이 다 달라요. 가족마다, 아이마다.

생명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엄청나요. 생명의 또 다른 면은 죽음이에요.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지만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가족마다, 의사마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다 달라요. 너무 피하고 싶어서 생명을 무시해버리거나, 무서운 나머지 과잉 대응을 해버리거나,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임을 깨닫고 겸허해지거나.

출산 현장에 계속 있다 보면 의사들이 왜 산부인과 하기 싫어하는지, 사람들이 왜 출산 현장에 들어오는 걸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가요. 출산 현장은 힘들어요. 어느 날은 출산 현장이 너무 두려워서, 마치 인간이 하나님을 직접 대면할 때의 두려움 같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하지만 두려움을 넘어서고 나니까, 어느 날 그 신비가 너무 기쁜 거죠. 그래서 이 경이롭고 두려운 것을 더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와 함께 한 많은 가족들을 보면서 생명 주신 분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내려놓을 때, 아이러니하게 더 큰 기쁨에 들어갈 수 있다는고 걸 깨닫게 되었지요.

사진 ‘출산, 그 너머 한 생명을 바라봅니다. 한 생애가 옵니다.’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생명 탄생의 순간을 함께 지켜주고 지지해줄 곳이 누구나 갈 수 있는, 집 가까운 곳에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메디플라워를 믿고 지방에서, 해외에서 많이들 찾아와주시지만, 영국이나 일본 등 다른 조산사와 함께 건강한 출산을 한 나라들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사실 집 가까운 곳에 이런 병원과 조산원이 있는게 제일 좋고, 둘째, 셋째 엄마들은 첫째 출산을 잘했다면 집 근처 조산원에서 낳는게 편할 수도 있어요. 가정 출산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관심 있어 하는 건 뭔지.. 이런 것에 맞춰서 찾아가야해요. 그런 환경이 우리나라에도 구축되면 좋겠어요.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해요. <가정-조산원-병원-종합병원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출산의 위험도와 출산 수에 따라 엄마들이 선택할 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 조산사, 보건 당국의 협조가 필요해요. 그리고 엄마들의 지지와 요구를 반영한 사회적 운동 등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메디플라워에 4700건 이상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증거 중심의 연구들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논문으로 자연주의 출산 환경이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게 연구가 되면, 교수들, 의사들도 더 많이 들여다보겠죠.

또 다양한 분야에서, 본질적인 것들을 찾는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찾아와주세요. 이런 분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음지에 있던 성, 생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세상에 많이 풀어나가고 싶어요. 만일 이러한 노력들이 다른 여러 나라의 사례처럼 사회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면, 저희 메디플라워는 앞으로 다른 비전을 추구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정환욱 원장 Peter H. Chung
교육/경력
  • 한양대 예방의학 박사
  • 한양대 예방의학 석사
  •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 미국 국립보건원 암센터 연수
  • 서울성모병원 외래 교수 (현)
  • 대한산부인과학회 유방진료 위원 (현)
  • 성균관대 삼성제일병원 부인종양학 교수
  • 성균관대 삼성제일병원 인턴 및 전공의
  • 미래와희망 원장
  • 유비여성의원 원장
  •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원장 (현)
  • 국제모유수유전문가 (현)
  • 대한조산협회 고문 (현)
  • 가정출산 전문의
  • 히프노버딩 프랙티셔너
학술
[저술]
  •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
  • 가족의 탄생
  • 청소년 성교육과 성 상담
[번역]
  • 두려움 없는 출산
  • 출산 동반자 가이드
  •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
[감수]
  • 황홀한 출산
  • 순풍순풍 골반케어